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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숨쉬고 야성 뛰노는 숲속 동물원
  • 등록일2005-06-16
  • 작성자 / 김**
  • 조회2860

초록 숨쉬고 야성 뛰노는 숲속 동물원
 
[경향신문 2005-06-15 16:15]    
 
 숲 속을 거닐며 띄엄띄엄 만나는 동물들. 여느 동물원과 달리 그곳에서는 손에 닿을 듯 가까이서 그들과 마주칠 수 있다. 어쩌면 동물들을 구경한다기보다는 숲에서 동물들과 잠시 어울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 산림동물원. 1991년 조성돼 97년 4월부터 비공개로 운영돼 오던 이곳이 지난해부터 일반인에게 부분 개방되고 있다.



동물원 통나무 출입문이 열리면 우거진 숲 사이로 울퉁불퉁한 오솔길이 나온다. 오솔길에서는 어디에 동물 집이 있는지 알아챌 수 없다. 관람객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동물원 식구는 독수리와 수리부엉이, 말똥가리새다.



말똥가리새는 아픔이 있다. 밀렵꾼이 쏜 총탄에 한 쪽 날개를 맞고 숲을 헤매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됐다. 그러나 상처가 너무 깊어 날 수 없다. 말똥가리는 언제나 우리 안 그늘 바닥에 우두커니 앉아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발길을 되돌려 오솔길 맞은 편으로 내려오면 화려한 외모를 뽐내는 원앙새들이 노닐고 있다. 이곳으로부터 500m 안에는 동물 우리가 한곳도 없다. 그래서 다음 우리까지는 산책 코스다. 촉촉하게 젖은 수풀에서 뿜어내는 진한 초록향기는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넓은 울타리 안에 작은 냇물이 흐르고 노루와 고라니, 꽃 사슴들이 뛰어 노닌다. 노루와 고라니를 구분하는 방법, 암컷과 수컷의 차이 등에 대한 동물해설자의 자세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솔향을 맡으며 소나무 군락지를 걷다보면 백두산 반달가슴곰 가족을 만난다. 운이 좋으면 가슴 부위에 선명하게 드러난 하얀색의 ‘V’자 모양과 아기 곰의 재롱을 볼 수 있다. 옆 우리에 터를 잡고 있는 멧돼지는 한 달전 새끼를 낳았다. 강아지만한 멧돼지 10여마리가 서로 뒤엉켜 신기한 표정으로 관람객을 바라본다.



다음 코스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500여m의 숲 길을 지나야 한다. 빼곡하게 자란 나무들 사이를 지나는 이 길은 마치 숲 터널을 떠올리게 한다.



숲 길에는 ‘숲속의 보디빌더’라고 불리는 서나무가 자라고 있다. 나무 줄기가 마치 사람의 근육처럼 자라 붙여진 별명이다. 벌과 나비를 부르기 위해 잎 군데군데에 하얀 색의 가짜 꽃을 피우는 개다래도 곳곳에 자라고 있다.


 



 


터널 숲이 끝나면 곧바로 산림동물원의 하이라이트인 백두산 호랑이 한 쌍이 버티고 있다. 1994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선물한 호랑이들이다. 위엄있는 생김새와 커다란 덩치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이들 부부 백두(15·수컷)와 천지(14·암컷)는 11년의 결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2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대공원에서 국립수목원으로 이송 도중 수컷 한마리가 탈출했다 이틀 만에 붙잡힌 늑대 부부 아랑과 아리도 인근 우리에서 살림을 꾸리고 있다. 산림동물원을 안내하는 산림환경교육사 오준영씨(51)는 “이곳 산림동물원은 교육과 증식을 목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관람 과정이나 주변 환경이 다른 동물원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11월15일까지 부분 개방되는 수목원 산림동물원에는 17종 107마리의 토종 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예약 방문객에 한해 1일 2회 입장할 수 있으며, 1회 입장객은 100명으로 제한돼 있다. 해설을 하는 안내자가 관람객을 인솔하며 관람 시간은 1시간가량 걸린다.



〈포천|글 이상호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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