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꽃을 가득 피운 풀협죽도와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어느새 풀협죽도 꽃 만발한 여름의 화목원이 되었습니다. 탁트인 화목원에 쨍쨍한 햇볕이 들고 조금은 어두운 낯빛의 구름이 미세하게 움직입니다. 들메나무 아래 그윽하게 고인 바람을 맞으며 여름의 청량한 비비추와 마주합니다. 비비추는 지금 최고의 그늘 아래에서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나란히 마주 선 두 그루의 종유은행나무 아래로 또 다시 바람이 다녀갑니다. 덩쿨처럼 얽힌 두 나무의 가지 사이로 하늘에 비친 초록잎이 날아오를 준비를 합니다. 바람의 힘을 빌면 금방이라도 저 높이 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실바람은 들메나무와 종유은행나무 아래에 잠시 머물 생각인가 봅니다. 바람을 타고 코를 찌르는 풀내음이 물씬입니다. 시끄러운 매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뜨거운 여름 하늘 아래 평화로운 화목원은 흘러가는 구름처럼, 솔솔 부는 바람처럼 오늘도 별일없이 안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