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덩굴들의 세상이 온통 하얗습니다. 헌데 그것이 눈 때문이 아닙니다. 덩굴식물원 한켠에 자리잡은 커다란 돌배나무 꽃잎 때문입니다. 만개한 돌배나무 하얀 꽃잎이 바람이라도 불어올 때면 우수수수수, 가을의 낙엽 떨어지듯이 낙하합니다. 하늘의 별똥별이 떨어져도 이리 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저 세상에 아무 미련 없다는 듯이 꽃잎 한장 한장이 돌배나무 높은 가지에서 쏟아집니다. 그리하면 또 한웅큼 바닥에 하얀 꽃잎이 쌓입니다. 5월에 눈이 내린다면 아마도 이런 풍경이겠지요. 돌배나무 꽃잎이 우수수 쏟아지면 덩굴식물원은 온통 하얀 세상이 됩니다. 폭설이라도 아주 예쁜 폭설이요, 장마라도 아주 기분 좋은 장마입니다. 꽃 가득 피운 5월을 축복하려고 이리도 반갑게 내리는가 봅니다. 이렇게 하얗고 예쁜 눈이라면 우산도 필요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