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수목원의 여름과 만났습니다. 빗소리에 묻혀 서러운 울음 삼키던 매미소리가 수풀 사이로 울려 퍼집니다. 짙어가는 녹음만큼 그도 함께 여름에 젖어들어 가는 듯 합니다. 초록의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반갑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바라보는 구름의 모습이 다른 것은 덜미라도 잡힐까 부지런히 지나가는 구름 탓일까요. 산책 나온 여름 하늘이 구름의 어깨를 부여잡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더운 바람이 불어오면 사라락 구름 지나가는 소리가, 뜨거운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비춰오면 스르륵 또 다시 구름 지나가는 소리가. 줄기차게 다녀간 장맛비의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수목원의 여름에는 구름 지나가는 소리가 최고입니다. 구름이 시간처럼 흘러갑니다. 무더운 여름날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