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유리천장으로 떨어지는 잔잔한 빗줄기 소리가 폭포수 쏟아지듯 우렁찹니다. 비가 유리에 부딪혀 나는 소리가 바닥에 떨어져 나는 소리보다 크게 들리는 탓입니다.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유리로 둘러싸인 난대온실은 빗물 대신 소리만 가득합니다.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곳이지만 온실에서는 공기마저 비를 잔뜩 머금은 듯 비내음이 납니다. 비 한 방울 맞지 않았지만 온실의 모든 식물들이 빗물을 뒤집어쓴 듯 처량하게 고개를 떨굽니다. 단지 바닥에 닿는 빗줄기만 없을 뿐입니다. 어쩌면 그들도 비가 내리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모든 잎에서 풀내음 아닌 비내음이 나는 그곳에서 진한 꽃향기를 맡았습니다. 하얀 꽃 커다랗게 피우고 알싸한 꽃냄새를 풍기는 치자입니다. 온 몸 가득 비가 몰고 오는 비릿한 냄새에 젖어들다가도 치자꽃 피어 있는 구석에 다다르면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향긋한 냄새가 코 속으로 들어옵니다. 어느 때보다 더욱 진하게 그만의 향기를 전해줍니다. 아직은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유리 온실 가득 비내음이 풍기는 그곳이 고운 치자꽃 향기로 가득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