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산 속에서 자란다는 얼레지는 씨앗이 땅에 떨어져 꽃을 피우기까지 무려 7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게 긴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나온 탓에 그리도 활짝 꽃을 피우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한 번 꽃을 피운 얼레지는 뿌리를 통해서 매년 다시 꽃을 피웁니다. 무엇이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지요. 그 시작의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꽃입니다. 손으로 보는 식물원을 가는 길가, 지금 조성 중인 만병초원 옆 확트인 숲에서 얼레지를 만났습니다. 이제 막 꽃을 피운 얼레지 무리가 연보라색 꽃을 밝게 피워내고는 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춥니다. 봄바람이 난 듯 함박웃음을 짓는 듯 말입니다. 다른 꽃과는 다르게 완전히 뒤로 젖힌 꽃잎이 부끄럽기 보다는 대단하다 싶습니다. 한점 부끄러움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얼레지의 정직함 때문일 것입니다. 7년 후에 꽃을 피우기에 얼레지가 자라는 곳은 파괴되지 않은 땅이라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올곧은 봄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