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뒷편 작은 모래밭에서 호제비꽃과 만났습니다. 벌의 속삭임을 듣는 호제비꽃의 짙은 보라색 꽃잎은 슬며시 웃음 짓는 듯 펄럭입니다. 아주 작은 움직임입니다. 봄 햇살 따사로운 어느 날부터 길따라 하나둘 피어나던 현호색과 노란 꽃 점점이 바람에 흩날리는 가녀린 꽃다지가 머무는 자리는 어느새 봄의 작은 정원이 되었습니다. 바람과 햇살이 다녀가고 벌과 나비가 춤을 추는 그 작은 정원은 봄을 가득 머금고 멀리멀리 희망의 씨앗을 퍼뜨립니다. 봄입니다. 내리쬐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는 것조차 기분좋은 완연한 봄이 되었습니다. 덩그러니 놓인 생강나무가 올해에는 지각입니다. 솜털 가득한 꽃망울에서 퐁퐁 조금 늦은 꽃을 피우고는 발 밑의 현호색과 멎쩍은 안부를 주고 받습니다. 꿩의 바람꽃과 괭이눈이 매일이 그러하듯 여유롭게 봄을 만끽하는 사이, 미선나무가 조용히 꽃을 피웠습니다. 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하얀 꽃을 살짝 흔들어대며 수줍게 말을 건넵니다. 주저하지 말아요. 봄의 정원으로 어서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