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느 날, 층층나무의 초록 잎 중간에 기지개를 쫙 펴고 오롯이 누워있는 애벌레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몸 색깔이 예사롭지 않아 누구라도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생김새를 지녔습니다. 그리고 요즘, 흰 날개를 흔들거리며 손으로 보는 식물원을 제 집인냥 활보하는 작은 녀석들이 있습니다. 황다리독나방입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투명한 흰 날개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전의 그 애벌레가 이렇게 자라났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 때는 유독 그 나무 잎파리에서만 자리를 잡고 앉은 애벌레들이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곳이 그 녀석들 집이었다 합니다. 황다리독나방의 애벌레들은 알에서 깨어나면 층층나무 잎을 송편처럼 접어 그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몸에 비해 몇 배는 커다란 잎을 돌돌 말아 먹이창고로도 사용한다니 이 나방, 집 짓는 솜씨가 여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 때의 야무진 애벌레들이 손으로 보는 식물원에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번데기를 뚫고 나와 날 준비를 하기 위해 날개를 파닥거리는 모습이 위태로웠습니다. 곤충들이 우화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경이롭습니다.
황다리독나방은 그 애벌레가 층층나무 잎을 갉아먹는다 해서 해충이라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해충'의 잣대는 사람들의 생각의 잣대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고기를 먹거나, 채소를 먹는 것처럼 곤충들이 나뭇잎이나 버섯, 다른 곤충을 먹는 것도 똑같은 생활방식일 뿐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식물을 생각해서 한 우물만 파고 있으니 고마운 일입니다. 사람과 자연은 서로 주고 받으며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주고받음'이 항상 플러스요인이 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해충이랄 것도 독충이랄 것도 없습니다. 단지 수많은 시간 다른 터전에서 살아온 사람과 곤충과 식물의 생존전략이 다를 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