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가워졌습니다. 눈이 저절로 감기는 이른 오후, 수목원을 걷다보면 그냥 지나칠 뻔한 작고 하얀 꽃이 있습니다.화려한 장미의 친척이라 하기에는 너무 수수하다 여겨지는 찔레꽃입니다. 그 수수함으로 자신을 숨기고 나도 5월에 예쁘게 피는 꽃이라며 자랑 한 번 한 적이 없습니다. 이미 조금 늦어버려 6월이 되었음에도 왜 이제 왔냐며 투정부린 적도 없습니다. 그저 살짝 부는 바람에도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은은한 향기를 전해줄 뿐입니다. 그 모습이 더 눈길이 갔습니다. 향기라도 지니고 있어 다행이다 싶습니다
찔레꽃은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든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햇빛 하나로도 감사하게 살아간다니 까다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예민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수더분한 녀석인 것 같습니다. 하얀 찔레꽃이 피어날 때 처녀 총각들은 깨진 사기그릇 조각에 연애편지를 담아 찔레꽃 덤불에 몰래 감추어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여름에는 찔레꽃 하얀 순정이 그리워진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사랑을 가득 안고 있으니 찔레 앞에 서면 마음이 따뜻해졌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