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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리다
  • 등록일2011-03-24
  • 작성자0 / 박소라
  • 조회1302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중간 어딘가쯤, 수목원의 시간은 그곳에서 멈춰있는 듯 합니다. 겨울과 봄 사이에서 길을 잃은 모양입니다. 연자방아 옆 풍년화가 활짝 고개를 내민 이후로는 수목원의 봄 꽃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생강나무와 히어리, 산수유가 일제히 따뜻한 봄 햇살에 앞다투어 꽃눈을 터뜨리던 모습과 그 모습에 봄을 기다리며 가슴 설레던 순간은 까마득한 옛 일이 되었습니다. 춘분이 지났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겨울보다 소란스러워진 새소리뿐입니다. 그리고 겨울보다 확실히 길어진 낮 시간이지요. 새들이 저들끼리 속삭이는 소리를 따라 화목원을 찾았습니다. 화목원이 수목원을 지배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지배'라는 단어의 어감이 어쩐지 낯섭니다만, 꽃이 유난히 만발한 화목원의 풍경이 수목원의 제일이 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화목원은 예전 바람불던 겨울 그대로 멈춰버렸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땅을 비집은 초록 새싹들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 초록 새싹들이 자라고 자라, 꽃눈 맺은 봄 나무들에서 꽃이 활짝 피어 그 향기가 화목원을 맴돌 때까지 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어떻겠습니까. 최고의 순간을 위해서는 긴 기다림이 오히려 약이 될 때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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