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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이야기
  • 등록일2011-03-22
  • 작성자0 / 박소라
  • 조회1135
겨울의 꼬리가 꽤 긴 듯 합니다. 문 틈으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겨울의 꼬리는 여전히 건들건들 바람을 실어나르며 흔적을 남깁니다. 1년의 반을 차지해버린 겨울이 어깨가 으쓱해 겉멋이 잔뜩 들었나 봅니다. 봄 꽃들은 따뜻한 햇빛 대신 바람에 젖어들어 결국 작은 잎사귀에 바람만 담았습니다. 아직 봄 꽃이 봄 꽃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바람을 비집고 들어온 빛 한줄기 쉬이 내칠 수 없는 곳이 온실이라 하였습니다. 그 빛도 쪼개고 쪼개야 그 안에 머무는 작은 식물에까지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온실 축축한 흙바닥에 낮게 깔린 식물들을 들여다 보신 적이 있습니까? 큼직한 난대식물의 잎을 그늘 삼아 가느다란 햇빛에도 반짝반짝 빛을 내며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피고 지는 작은 꽃들 말입니다. 혹은 높은 창문 옆에서, 큰 나무 위에서 더 크게 피었다 말았다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돌단풍이 아무도 모르게 땅을 뚫고 꽃을 피우고,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잣나무가 바위 틈에서 조금씩 벌어지고, 현호색 야들한 잎은 은은한 보랏빛을 내뿜습니다. 팔손이 옆에서 고개를 번쩍 들면 크리스마스를 빛내주는 포인세티아의 빨간 잎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 사이사이를 헤쳐야만 문구나무 커다란 열매의 시큼한 향을 맡을 수 있지요. 갈고리같이 생긴 어린 도깨비고비가 자라면 커다란 잎으로 쫙 펴진다는 것과 팔손이의 여덟 손가락이 사실은 작은 아기손처럼 오므린 형태였다는 것도 온실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입니다. 몇 일 사이를 두고도 수많은 식물들이 피고 지는 모습에 매일이 새로워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부지기수지만, 그들의 세상에 눈을 맞추거나 발을 맞추어 걷는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서두르지 않고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온실의 기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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