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기에 그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잎사귀가 가득하게 달려 있었다면 그들은 엉키고 엉켜 거뭇한 그림자 뭉치가 되어버렸겠지요. 나무 그림자는 겨울이 되었기에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마치 호수 위에 커다란 붓으로 그림을 그려넣은 듯 그렇게 나무가 두 그루, 통나무집이 두 채입니다. 특수한 종이는 고요하고 쓸쓸한 겨울 풍경 정도면 될까요. 무늬라 하면 홀딱 벗은 온갖 나무의 가지가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겨울 풍경에 찍은 어느 나무의 무늬를 육림호수 잔잔한 윗면에 옮겨 넣은 데칼코마니인 것입니다. 나무를 보고, 저 뒤의 숲을 보고, 통나무집을 둘러 봅니다. 그리고 다시 그림자 나무를 한 번, 그림자 숲을 한 번, 그림자 통나무집을 한 번. 위아래로 몇 번이나 고개를 조아린 후에야 육림호를 한 눈에 담습니다. 겨울의 앙상한 나무 그림자는 육림호가 꽤나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