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한시도 잠잠한 날 없는 세월이었습니다. 꽃 피는 봄에는 낙화 한 잎에도 흔들렸습니다. 먹구름의 여름에는 장맛비에 깊숙이 패였습니다. 낙엽 한 장의 가을에도 물결 일었습니다. 철마다 수면을 흔들고 가는 샛바람과 하늬바람과 갈바람과 마파람에 잔주름 펼 날 없었습니다.
남들은 나의 수평(水平)을 부러워했지만 나는 부동(不動)을 꿈꾸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얼어붙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두께와 평온이 퍽 마음에 듭니다. 내 가슴을 딛고 산짐승들이 호수 저편으로 건너갑니다. 나는 조심하여 건너라고 ‘쩡쩡~’ 호령하여 봅니다. 깜짝 놀란 멧돼지가 미끌뒤뚱 쏜살같이 달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