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앞을 흐르는 봉선사천이 아침노을을 머금고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왜가리 한 마리 척후병처럼 염탐하다가 멀리 날아갑니다.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물고기들도 ‘푸우~’ 깊은 숨 토해 낼 듯합니다. 녹은 물은 다시 거울이 되어 나무들의 모습을 되비춥니다.
유난스런 동장군 서슬에 겨울이 다 가도록 안 녹을 줄 알았습니다. 물고기조차 얼음 속에 꽝꽝 얼어붙을 줄 알았습니다. 물새들도 발길을 끊은 지 오래였습니다.
아주 얼면 봄을 포기할까봐, 자모(慈母) 같은 겨울해가 따스한 손 내밉니다. 엄부(嚴父) 같은 동장군도 짐짓 모르는 체 모로 돌아섭니다. 겨우내 몇 차례 더 꽝꽝 얼어붙을지라도 냇물은 끝내 강으로, 바다로 닿을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