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아 나선 길은 아니었습니다. 실은 날씨가 말그대로 봄 같아서 그것이 무엇이든 봄의 신호를 찾던 중이었습니다. 어지럽게 수목원을 배회하던 그 모습이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발을 디디고 서 있던 바로 그 자리, 그러니까 박물관 앞에서 바라본 하늘이 그리 맑았던 것과 파란 하늘을 덮었던 점점이 구름들이 솜털처럼 예뻤던 것은 하늘이 제게 준 선물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그 고마운 순간을 놓칠세라 조심히 눈 속에 담아봅니다. 이제 곧 겨울은 갈 채비를 하고, 봄은 올 채비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봄이 완전히 세상을 뒤덮기 전까지는 겨울이 봄같고 봄이 겨울같은 날들이 이어지겠지요. 겨울이 긴 수목원에는 조금 더 머물다 갈지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은 봄처럼 포근한 날씨가 계속된다 하였습니다. 오늘의 하늘도 당분간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