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찾아 헤매다 우연히 보라색 콩나물처럼 생긴 작은 꽃봉오리를 발견했습니다. 복수초입니다. 낙엽들 사이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선 바람에 쓰러질까 애를 씁니다. 무릎을 접고 앉아 복수초 줄기가 올라온 곳을 따라 조심스레 걷다보니 만나는 복수초가 모두 제각각입니다. 외국수목원 풍년화 옆 복수초는 고개만 살며시 보이고, 숲의 명예전당 노각나무 아래 복수초는 이미 꽃이 피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이내 몇 걸음 안에 피지 않은 복수초 꽃봉오리가 보입니다. 사람 태어나는 그것처럼 모두가 다른 시간에 다른 속도로 피어나는 것입니다. 물론 내리쬐는 햇빛과 부는 바람, 피어나는 장소에 따라 다를 테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또 우리들 사는 세상처럼 어떤 것은 일찍 지고, 어떤 것은 끝까지 남아 다음 해를 살 것입니다. 모든 꽃이 그러하겠지요. 겨우 땅 위를 뚫고 나온 작은 복수초 꽃봉오리에도 그들의 세상은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인생이 우리와 같기보단 우리의 인생이 그들과 닮기를 바란다는 것일지 모릅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복수초 노란 꽃은 올해 봄을 어떻게 보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