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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위한 너무 늦은 위령제(기독교방송)
  • 등록일2004-09-06
  • 작성자 / 김**
  • 조회3060

숲을 위한 너무 늦은 위령제
 
  


갈참나무, 황벽나무, 서어나무. 무려 2980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광릉수목원.


우리에게 영화 편지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곳에서 31일 죽은 나무들을 위한 위령제가 열렸다.


광릉수목원 입구에 서있다 매연 때문에 메말라 죽은 전나무 11그루를 위한 위령제였다.


고사되어 잘려나간 나무들은 모두 100년이 넘은 것들로 이날 행사도 150년 된 전나무 앞에서 이뤄졌다.


15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던 나무였지만 베어지는 데에는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나무는 100년 넘도록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주었지만 사람들은 자동차 매연으로 나무에게 죽음을 안겨준 것이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했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산림청 관계자, 지역주민들은 그런 나무의 넋을 위로했다.


나무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쌀과 조, 팥 등을 나무 주변에 뿌리고, 숲이 활력을 되찾기를 바란다며 축문을 태워 하늘에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때를 놓친 위로에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광릉수목원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차량이 뿜어내는 매연 때문에 수목원 입구를 지키는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기가스와 사람들이 자동차로 낸 상처 때문에 죽어가 베어진 나무도 그동안 수 십 그루에 이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광릉숲 회생기원을 위한 고사목 위령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이런 사태 때문에 마련된 것이었다.


지난 1987년 문을 연 광릉수목원은 채 20년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발길 때문에 훼손된 나무들을 위한 위령제까지 지내야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매일 개방하던 수목원을 97년 이후 주말에는 사람들을 받지 않기로 하고 입장할 수 있는 사람 수도 하루 5000명으로 제한했지만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수목원 입구에서는 차량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차량들은 여전히 매연을 내뿜고, 제대로 된 보호대 하나 없어 사람들이 자동차로 나무를 들이받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날 잘려나간 나무가 서있던 국지도 98호선의 차량 운행 수는 지난 97년 이후 54%나 증가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정부는 차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2007년까지 우회도로를 건설하기로 했지만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열쇠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다.


숲을 지키기 위해 차량의 속도를 줄이고, 우회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사람들의 자발성에 달려있다.


이날 150년 된 전나무를 벨 때 사람들은 "어명이오"를 세 번 외쳤다.


예전에 나뭇꾼들이 벌목할 때 자연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 임금님 때문에 어쩔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외쳤던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을 외칠 때 사람들은 나무가 베어지는 것은 임금님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신, 바로 우리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이날 처참하게 쓰러졌던 전나무 11그루는 우리에게 책임감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를 남겨둔 채 사라진 것이다.
 
 
기자의 창/CBS사회부 장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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